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교류와 직류

교류와 직류.
雜論 2009/04/23 16:10
마침 이걸 가지고 이야기가 있어 말을 더 보태보도록 하겠습니다.

철도에서 쓰는 전기는 사실 엄청나게 다양다종합니다만, 크게 보아서 직류와 교류로 쪼개볼 수 있습니다(당연한 말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역사적으로, 또 현재로도 다양한 전기가 사용되고 있고, 이 전기를 차량에 공급하는 방식 역시 생각 이상으로 다양합니다. 이걸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책 한권은 나오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뭐 쓸 자신이 없으니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게 맞다 하겠습니다. 또, 여기서는 동력용 전기와 일반 업무용 전기의 구분이 있어야 하겠지만(통계연보에서도 구분하고 있고), 후자에 대해서는 적외선굴절기이므로사실 별로 할 이야기가 없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철도에서 쓰는 전기는 직류가 먼저였습니다. 왜 직류를 썼는가 하면, 철도차량에는 직류 모터를 썼기 때문입니다. 직류 모터가 철도에 처음 쓰이게 된 것은, 우선 제어가 용이하고, 또한 비교적 차량 같은데 쓰기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류모터는 전압을 조절하면 일단 기본적인 제어(기동부터 정속가동까지)가 가능했기 때문에, 초기의 그리 발전하지 못한 전기 기술로도 쉽게 쓸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류로 전기를 받아, 전압 등의 조정을 하는 제어부(대개 저항기 같은)를 거쳐서, 모터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간단한 구조의 장비가 초기에 자리잡게 됩니다.

그러나, 직류의 경우는 이미 에디슨과 테슬라가 아웅다웅 하던 시절에도 알려져 있다시피, 송전효율이 나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굵은 전선과 조밀하게 몰려있어야 하는 변전소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인데, 전기철도에서도 이 부분은 그대로 작용하게 되어서, 초기의 전기철도는 배출가스 등으로 인해 증기기관차가 다니지 못하는 도심부의 궤도나 철도, 아니면 장대터널이나 높은 구동력이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산악철도같은 구간이 짧은 특수한 경우의 대안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직류철도의 경우 변전소가 조밀하게 있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변전소 측에 전력설비 역시 변압기 이외에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정류기가 대대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였습니다. 특히, 과거의 정류기는 지금의 실리콘 다이오드 같은 것이 아닌 수은 같은 걸 쓰는 것으로, 기기 특성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고 비싼 물건이다 보니, 이걸 대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컸던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쪽에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2차대전 이전에 교류전기를 철도에 쓸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래서 교류철도가 전쟁 직전에 헝가리에서 실용화되게 됩니다. 의외로 독일이나 서유럽 국가가 아닌게 의외라면 의외라 하겠습니다. 이때 개발된 것이 독일같은데 전파가 되었는데, 당시 개발된 교류가 바로 16과 2/3Hz 규격 15kV교류였습니다. 지금도 독일같은 중부유럽에서는 이 전력이 표준 철도 전기로 쓰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좀 변칙적인 교류는 역시 설비면에서 장점이 없다는 면이 있었고, 그래서 독일에서는 아예 당시 널리 쓰이는 50Hz 25kV 전압을 쓰는 전기철도를 개발해서, 1936년에 50km 구간의 산악구간에 적용을 했다고 합니다. 이걸, 프랑스 애들이 2차대전 후에 가져와서, 자기 나라에서 대대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게 교류를 쓰는 전기철도가 확산된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류 전기철도가 확산이 어려웠던 교류 모터가 제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성 역시 철도차량에 쓰기엔 썩 맞는 것이 아니어서, 천상 교류를 직류로 바꿔서 직류 모터를 구동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직류로의 전환을 위해선 차량마다 변압기와 정류기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 두 장비는 동작조건도 까다롭고 무게도 상당해서 차량 설계가 꽤나 어려워졌다는 과제가 생기게 됩니다.

물론, 그래도 설비비를 대폭 절감하기 때문에, 유럽처럼 간선 철도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이 방식이 주류가 되고, 이 기술을 프랑스로부터 70년대에 배워온 우리나라도 간선의 전철화는 상용 교류 방식을 따르게 됩니다. 다만, 프랑스와는 달리 60Hz 25kV를 쓰게 됩니다. 이렇게 된건, 우리나라의 전기설비가 애시당초 독일제 전기장비가 아니라 미국제 전기장비로부터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이것 덕에 좀 웃지못할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데, 그래도 일본처럼 동일본은 60Hz, 서일본은 50Hz라는 상황은 아니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습니다.

이후에 교류 급전은 대전력을 쉽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각광을 받는 한 편, AT기전 방식 같은 교류급전의 단점들을 해소하는 여러 기법들이 발달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편, 직류 급전도 손놓고 놀고 있던 건 아니어서, 여러 운영기법을 발달시켜 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조금 화제를 바꿔서, 그래서 교류급전이 우월하냐 직류급전이 우월하냐를 두고 많이들 싸우는데, 이런 건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그때그때 다를 뿐더러, 지금에 있어서는 어디에 어떤게 좀 더 적합하고 덜 적합하고의 차이가 있는 정도로, 그냥 약간의 비효율을 감내하면 어느걸 쓰건 별 차이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직류급전의 강점은, 전압이 낮다는 점입니다. 이는, 지하철처럼 터널단면 하나에 목숨을 거는 경우에는 복음과도 같은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전기안전을 위한 이격 거리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전차선같은 걸 더 조밀하고 구조물이나 차량에 가깝게 설치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비록 750V 정도의 비교적 낮은 전압이지만, 제3레일 급전 같은 걸 해볼 수 있는 거고, 또 강체가선 방식을 취했을때도 소형의 애자를 달고 터널 천정에 가깝게 붙여놓을 수 있게 됩니다. 차량 역시 교류전철보다 더 낮게 팬터그래프를 설치할 수 있게 되고.

여기에, 또한 직류급전은 구분소와 같은 설비를 달지 않아도 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물론, 유지보수 관계 때문에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러 변전소가 하나의 회로에 전기를 공급하는게 가능해 집니다. 그래서, 피크타임때에는 이른바 합동급전이라고 해서 한 구간에 두 변전소가 동시에 급전하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만큼 피크타임에 강하다는 의미도 됩니다.

또, 차량 쪽의 설비가 간단해 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차량측에 변압기같은게 빠지기 때문에, 차량이 가볍고 저렴해집니다. 이 점은 또한 차량 도입단가가 낮아진다는 이야기가 되며, 따라서 같은 예산이라면 차량 수량을 더 많이 도입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집니다. 이런 장점을 취합해 보면, 지하철이나 도시내부 철도같은 데에서 직류급전은 강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터널도 작게 하고, 차량도 많이 사서, 필요시에 왕창 때려부을 수 있으니.

그러나, 직류의 경우 문제가 되는 건 변전소 설비의 확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철도에 있어서 이 부분은 매우 크리티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류는 여러모로 기기가 덩치가 크고(변압기와 정류기를 모두 구비해야 하니), 또 여러 군데에 변전소를 설치해야 하는 압박이 있습니다. 이는 도시철도에 있어서는 매우 문제가 되는 요소인데, 바로 토지 확보가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이 문제가 특히 유명해진건, 주오 선에 신성능 전동차(모하90계/101계)를 도입하려 하면서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성능 전동차는 구형 전동차보다 고성능을 가진 차량으로, 고 가감속을 바탕으로 해서 주오 선의 과밀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문제는 가감속 성능이 높아진 만큼 전력 소모도 늘어났다는 것에 있습니다. 결국 변전소 용량 증설이 요구되어버려서, 결국 10량 전M차 구성에서 가감속능력을 낮춰 2T나 4T를 끼워넣는 것으로 변경하는 등의 응급조치 비슷한 변경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교류의 경우는 직류와 정 반대의 양상을 가지게 됩니다. 즉, 전압이 높기 때문에 여러 안전설비가 소요되고, 애자 역시도 비교적 크고 긴 것을 써야 하는 등, 안전 문제가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제3궤조 중에서는 교류급전이 없다시피 하게 됩니다. 600V급 3상교류 급전은 경전철용으로 쓰인다고 하지만, 이건 좀 논외고. 또한, 차량에 변압기, 정류기 같은 무겁고 큰 것들을 더 설치해야 해서 단가와 중량이 늘어나는 단점이 생깁니다. 특히, 요즘의 주류가 된 3VF 급전방식에서는, 교류를 받아 전압을 낮추고, 이걸 다시 직류로 바꾼 다음, 이 직류를 다시 3상교류로 바꾸는 말로 풀어쓰면 삽질같아 보이는 일을 해야 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회로상의 일이라 그렇게까지 삽질은 아닌 듯 하지만서도. 직류라면 앞의 여러 단계가 변전소로 넘어가는 만큼, 차량이 심플해 지게 됩니다.

더욱이, 교류를 쓸 경우 변전소 별로 일종의 위상차가 생기게 됩니다. 즉, 주파수가 한 시점에서 어떤쪽은 -, 어떤쪽은+ 이런식이 되기 때문에, 한 구간에 한 변전소만이 물려있게 되고, 또 변전소 사이에는 둘을 구분해 주는 절연구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전철을 타 보면 알겠지만, 교류-교류 절연구간에서는 조명이 잠깐 꺼지는 정도로, 체감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의 난해함은 없기는 합니다만,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는 점은 불편하면 불편했지 이득이 될 건 아니게 됩니다. 또, 당연히, 이런 부분때문에 합동급전같은 것은 쓸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신 교류는 변전소 하나가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크고, 효율이 좋아서, 장거리에 걸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전압강하 같은 문제도 적습니다. 실제 일본에서 예전에 직류 전철화를 한 로컬구간 같은 경우, 변전소 용량이 적다보니, 열차 교행시 동시 출발이 불가능해서, 대향 차량 출발 후 2~3분간 대기한 후에 출발하는 다이어를 짜는 경우까지 있다고도 합니다. 미국의 무인운전을 채용한 어느 지하철 쪽에서는 아예 피크전력 관리를 위해서 노치단수를 변전소 사정을 봐가면서 관제측에서 제어한다거나 까지 한다고도 할 정도고. 물론, 교류도 기본적인 제약은 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좀 여유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덕분에, 교류 급전은 고속철도에서는 거의 기본적인 급전 시스템이 되다시피 한 면이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간선의 교류, 도시철도의 직류라는 공식이 서겠지만, 사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이 공식에 충실하게, 지하철은 직류 기반, 간선철도나 지상철도는 교류 기반을 취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오히려 직류가 전기철도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이것은, 결국, 전기를 어떤걸 쓸 거냐 하는 부분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가 어느쪽으로 되어 있느냐, 또 해당 구간의 성격이 어떻게 되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호쿠리쿠 본선 같은 경우, 최초의 교류전철화 구간이기도 하고(비록 건축한계와 타협해서 국제표준이 아닌 독자의 20kV 교류를 쓰지만), 과거 계속 교류 기반의 차량들이 투입되어 왔었는데, 근년에 이르러서는 신쾌속 같은 차량의 직결운행 편의 때문에 기왕의 교류전철화를 포기하고 다시 직류 구간으로 일부를 바꾸어버렸다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독일같은 경우도 16 2/3Hz 15kV 급전이 효율적인 건 아니지만, 이걸로 망이 구성되어버려서 결국 이것이 표준 전기로 쓰이게 되어버린 케이스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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